누가 민사신탁을 알릴 것이고, 누가 민사신탁을 선택할 것인가?
민사신탁·신탁등기가 법무사 부동산등기 업무의 대안이 될 수 있나요?
정형화된 원인증서와 정형 등기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재산 요구를 부동산등기부에 담을 수 없어, 민사신탁·신탁등기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증여자가 생존 중 차임을 계속 수취하는 증여는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로는 표현할 수 없고, 민사신탁제도를 활용해야 가능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노부부처럼 생존 중 사용수익권을 지키려는 요구도 민사신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신탁등기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법무사 업계의 체계적 연구·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1. 정형화된 원인증서는 법무사에게 득일까 독일까?
최근 들어 법무사 보수자율화가 법무사업계 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찬성과 반대가 다 일리 있는 근거를 들어 서로의 주장을 논하고 있는데, 보수표 유지를 주장하는 논거 중 하나가 [대부분의 부동산등기는 법무사가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할 수 있는 등기]라는 점이었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정말 대부분의 부동산등기는 법무사가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할 수 있는 등기일까?
부동산 등기의 다수를 차지하는 근저당설정등기나 말소등기 또는 약간 난이도가 있다고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좀 더 난이도가 있는 상속등기를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 부동산등기는 대부분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지.’ 이러한 견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지만, 곧 ‘그러면, 왜 부동산 등기는 대부분 사무원들이 처리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을까’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숙련된 사무원들의 노고도 있겠지만, [등기의 원인계약서가 정형화 되어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원인이 아닐까? 원인계약서가 정형화되어 있어서, 초보적인 실무처리 경험과 지식만을 갖고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형적인 부동산 등기를 사무원이 작성하고, 제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근저당권 설정 등의 등기의 경우 사무원들이 널리 통용되는 정형적인 형식에 의한 원인증서를 작성하고, 등록면허세 등 관련 세금의 납부와 신청서의 작성 및 제출 등 등기와 관련된 실무적 업무를 처리하고, 거래처를 관리하는 것이 법무사의 주요 업무가 된 것은 아닐까?
필자의 경험을 되돌아보자. 90년대 중반 법무사가 되어서 처음 일을 배울 때에는, 많은 법무사들이 지방법무사회에서 파는 매매계약서(검인계약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공난에 등기사항 등을 타이프로 쳐서 원인서면을 작성하였다. 물론 이때에는 법무서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던 시기였는데, 이 프로그램에 부동산 표시나 등기사항 등을 입력하면 관련 계약서들이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적으로 작성되었다. 이런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함으로써, 원인계약서 작성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법률지식과 실무 경험만 쌓아도 사무원들이 능숙하게 관련 등기를 실무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이는, 그때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노동력을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으므로.
그러다 보니 본인이 작성한 원인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작성하였고, 고객에게는 관련서류에 채워 넣어야 할 사항만 물어 볼 뿐, 당사자들이 원인 계약서에 어떤 내용을 넣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등한시 하게 되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천편일률적인 법무사 보수체계 하에서 이런 질문을 하고, 원인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척 어리석은 일이라는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남는 것은 없고, 손해만 본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보자.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정형화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는 채권에 대한 이율이 공난으로 표시되어 있다.
필자는 한 번도 이율을 기재한 적이 없다. 아니 20년 동안 채권의 이자율을 기재한 근저당설정계약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보정한 번 없이 이루어졌고, 이에 터 잡아 임의경매를 신청했어도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일 또다시 채권의 이율에 관한 사항이 여전히 공난으로 기재된 근저당설정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다. 이를 근저당설정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타당한지, 아니면 삭제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검토를 하지 않고. 아니 검토를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러면 동산담보에 관한 계약서는 어떨까? 필자가 사용하는 동산담보설정계약서는 필자가 사용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10쪽도 넘는 동산담보설정계약서를 보았다. 그것은 충격이었고, 놀라움 이었다. 이런 경험이 두어 번 더 있었는데, 고객이 원할 경우 한 장으로 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주다가, 어느 날 20쪽 쯤 되는 임대차계약서를 보고 가슴을 진정해 가면서 그 내용을 일일이 정독했던 때가 있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기재했나 하는 호기심을 갖고. [필자만 그러한 경험을 했을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몇 몇 독자는 몇 십 쪽으로 작성된 매매계약서나 근저당설정계약서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 선진화 방안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전자계약시스템’을 내년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시행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전자계약시스템이 법무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지만, 이러한 계약시스템 내에서 이해관계인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필자가 독자에게 묻는다. [정형화된 부동산 등기의 원인증서가 법무사에게 여전히 득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이제는 독이라고 생각하나?]
2.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부동산 등기부에 반영할 방법은 없는가?
필자가 실제로 받았던 세무사의 문의가 이 물음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면 필자의 속내를 이야기 해 보자. 아니, 필자의 속내를 이야기하기 전에, 어제 오늘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런 저런 거래를 하는 세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동산을 증여하고 싶은데, ‘수증자가 소유권을 취득해도,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차임을 증여자가 받는 부동산 증여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습관처럼, ‘그러면 부동산에 대한 증여가 발생하고, 차임에 대해서는 수증자로부터 증여자가 다시 증여를 받는 게 되므로, 이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냐’고 되질문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 부분은 당연하다면서, 그런 부동산증여계약서를 작성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보통 ‘조건부 증여’는 해당 부동산의 근저당권이나 임차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조건의 증여이지만, 해당 차임에 대해서 증여자가 사망할 때까지 그 수취권을 유보하는 계약 또한 불가능 할 것 같지 않다는 답변을 했다. 그랬더니, ‘그러한 계약 내용이 부동산등기부에 표시될 수 있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그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법무사에게 물어 보았으니, 당연히 그러한 내용이 등기부에 표시할 방법이 있는지가 궁금했겠지! 답은 뻔했다. “증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 당연히 가능하지 않지요.” “그러면 증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에, 소유자가 수증자로 된 등기부를 보여주면서, 임차인에게 그 차임에 대해서는 증여자에게 지급하라고 하면, 이를 쉬이 수긍할 수 있는 임차인이 몇이나 될까요?” 필자는 궁색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증여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로는 그런 한 내용을 담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현행 부동산 등기법 하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등기를 할 수 없는가?]
3.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법무사업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친구의 소개로 노부부가 사무실을 방문했다. 두 분 다 사별을 하고, 노인복지회관을 다니나 서로 의지하게 되어 보은에 내려가 농가주택을 수리해서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약간의 농지도 구입해서 소일거리로 채소 농사도 짓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재산 문제가 복잡해 질 수 있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두 분이 무척 행복해 보였는데, 걱정거리가 있었다. 부동산을 할아버지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할머니가 계실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상 할머니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유증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사후에는 자식들의 선의에 할머니를 맡겨야 하는데, 이 또한 장래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해서 두 분이 이 생각만 하면 걱정이 정말 태산 같다고 했다.
이 분들의 뜻은 명확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부동산은 할아버지 자식들이 상속을 하지만, 할머니가 살아 계실 동안은 자식들이 그 부동산을 처분을 할 수 없고, 그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온전히 할머니가 생존할 때까지 할머니가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노부부의 간절한 소망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한 참 동안이나 노부부를 바라보았다. 죄송했다. 도무지 필자가 알고 있는 부동산등기 지식으로는 이 분들의 요구를 풀어 드릴 수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필자의 알량한 지식으로 이 분들이 고민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이 분들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설령, 이 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켰다 하더라도, 이 분들이 필자가 알려준 방법을 따라 올 것이라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이는 마치 무신론자에게 신이 존재하는 것을 입증하거나. 또는 유신론자에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처럼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노부부의 절실한 요구에 무기력했다. 나는 그렇게 한 참을 말없이 있다가,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상담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두 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기력했다. [정말 내가 법무사인가?]
4. 부동산등기를 컨설팅으로 발전시킬 방법은 없을까?
서두에서 ‘정형화된 원인증서’를 이야기 했지만, 법무사들이 여기에 머물러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는 많은 법무사들이 ‘등기’의 영역을 넘어서서 ‘부동산’ 전반에 관한 컨설팅으로 나아 간 사례들을 수없이 보아 왔다. 부동산 개발 및 경매 등 부동산 관련 업무 전반에 대해 가장 뛰어난 조력을 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법무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왜 ‘부동산 등기를 컨설팅으로 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있을까?’ 조금 논의의 범위를 축소해 보자. 부동산개발에서부터 등기 전반을 두루 살펴보지 말고 ‘부동산등기’에 한정해 보자.
대법원이 사실상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방안인 ‘부동산등기의 선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의 문턱에서, 국토부가 ‘전자계약시스템’과 ‘부동산등기’를 연동화 시키고자 하는 야누스적 야심 앞에서, 법무사 보수표가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맞서, 법무사는 ‘본인확인제도’의 관철과, ‘사실상’ 보수표를 유지하는 대안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런데 혹자는 묻는다. “본인확인제도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법무사업계의 대안은 무엇인가?” “보수표가 폐지되면 법무사 업계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가 독자에게 다시 묻는다. “본인확인제도가 관철된다면, 부동산등기를 여기에 그대로 머물게 할 것인가?” “보수표가 유지된다면, 부동산등기를 여기에 그대로 머물게 할 것인가?”
5. 신탁등기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누가 신탁등기를 하나?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필자 자신의 답을 정리합니다.
첫째, ‘정형화된 원인증서’를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 원인증서가 복잡해진다고 해서, 부동산등기의 결과(등기사항)가 달라지는가?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데, 원인증서가 달라져야할 이유가 있는가? 결과가 달라져야 원인도 변화하지 않는가? 현행 독일법계통의 부동산등기법체계하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원인증서를 작성해도, 등기사항이 법정되어 있는 한, 이를 다 담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등기사항을 등기하는 것이 아닌 ‘원부’를 등기하는 영미법 계통의 ‘신탁등기’를 더욱 대중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부동산을 증여하면서도, 증여자가 차임을 수취할 수 있는 방법은 현 부동산등기법 하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증여에 의한 소유권이전으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고, 민사신탁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사실 민사신탁제도를 활용하면, 고객이 원하는 대안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법무사인 내가 이를 잘 알지 못해 고객에게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마치 현행 제도로서는 그러한 등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설명해 주었다. 셋째. 노부부의 사례처럼, 민사신탁제도를 활용해서 법무사가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하더라도, 고객이 민사신탁제도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실행하려 하지 않는다.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넷째, ‘등기’ 자체를 컨설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등기 중에서는 신탁등기가 가장 비교우위에 있다.
그러면, 이러한 신탁등기를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신탁등기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법무사업계 내부의 연구와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다양한 사례를 개발해야 한다. 사례가 개발되면, 이를 법무사 업계 내에서 보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어도 3년 정도 이내에는 많은 법무사들이 다양한 민사신탁을 직접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협회에서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구와 출판,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신탁을 보편화,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노부부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법무사가 신탁등기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국민적 법감정이나, 이해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민사신탁의 대중화는 요원할 것이다. 필자는 민사신탁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단법인’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 사단법인은 고령화시대와 민사신탁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하는 것으로, 민사신탁을 전면적으로 내걸지는 않지만, 고령화시대의 재산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민사신탁으로 귀결되도록 그 대안을 제시하고, 홍보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민사신탁을 알릴 것이고, 누가 민사신탁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