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권의 요건과 실무— 공격과 방어의 관점에서 —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지분이 얼마나 필요하고 언제까지 어떻게 제안해야 하나요?
주주제안권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행사할 수 있습니다.
행사 방법은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이사에게 하는 것입니다.
상장회사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1000분의 10(자본금 1천억원 이상은 1000분의 5)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도 행사할 수 있고, 2020년 개정으로 일반규정인 100분의 3 요건을 선택적으로 원용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는 법령·정관 위반과 상법 시행령 제12조가 열거한 다섯 가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제안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여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에는 이사에 대한 과태료·손해배상, 의안제안 무시 시 결의취소의 소, 그리고 의안상정가처분이라는 구제수단이 따릅니다.
1. 주주제안권은 왜 있는 제도인가요
염춘필 법무사가 이 블로그에 썼던 주주제안권에 관한 글과 대한법무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법무사]지에 기고한 주주제안권과 관련한 공격과 방어에대한 사례 글을 종합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권한 배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그 가운데 주주총회에서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 즉 회의의 목적사항을 정하는 권한은 소집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속합니다. 자본금 총액이 10억원 미만이어서 이사를 1명 또는 2명만 둔 회사에서는 이사회가 구성되지 아니하므로 각 이사, 정관으로 대표이사를 정한 경우에는 그 대표이사가 이를 담당합니다.
본고는 주주제안권의 행사요건과 절차를 조문에 따라 정리한 뒤(Ⅱ, Ⅲ), 제안을 받은 회사의 처리의무와 거부사유를 검토하고(Ⅳ), 위반이 있을 경우의 효과와 구제수단을 살펴봅니다(Ⅴ). 이어서 필자가 실제로 자문하였던 사례를 바탕으로 주주 측과 회사 측이 각각 취할 수 있는 실무적 대응을 고찰합니다(Ⅵ).
2. 주주제안권이란 무엇이고 어떤 두 가지 권리로 나뉘나요
주주제안권이란 일정한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이사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는 주주총회의 소집결정권이 이사회에 있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소수주주가 회사의 의사형성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소수주주권의 하나 입니다.
상법 제363조의2 제1항(주주제안권)①의결권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일(정기주주총회의 경우 직전 연도의 정기주주총회일에 해당하는 그 해의 해당일.
상법 제363조의2는 성질을 달리하는 두 가지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은 회의의 목적사항 자체를 새로이 제안하는 이른바 의제제안이고, 제2항은 이미 목적사항이 된 사항에 관하여 주주가 제출하는 의안의 요령을 소집통지에 기재하도록 청구하는 이른바 의안제안입니다.
예컨대 “이사 선임의 건을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구하는 것이 의제제안이라면, “ 이사로 甲을 선임한다는 내용의 의안을 소집통지에 기재할 것” 을 구하는 것이 의안제안에 해당합니다. 양자는 지분요건과 6주의 기한을 공통으로 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를 무시당하였을 때의 구제수단이 달라지므로 실무상 양자를 함께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지분요건은 비상장과 상장에서 어떻게 다른가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이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보유기간에 관한 제한은 없으며, 여러 주주가 지분을 합산하여 요건을 충족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천분의 10 이상을 보유한 자가 행사 할 수 있으며,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자본금이 1천억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1천분의 5로 완화 됩니다.
상법 제542조의6 제2항(소수주주권)②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천분의 10(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천분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는 제363조의2(제542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종래 상장회사의 주주가 특례규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일반규정인 상법 제363조의2의 요건에 따라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배타적 적용설 과 선택적 적용설 의 대립이 있었고, 하급심의 태도도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개정으로 상법 제542조의6 제10항이 신설되어 특례규정이 일반규정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명문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 상장회사의 주주는 6개월의 보유기간과 1천분의 10(또는 1천분의 5)의 지분을 갖추거나,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100분의 3의 지분을 갖추거나 그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회사가 보유기간의 입증을 요구하며 시간을 끄는 방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실무상 의미가 적지 아니합니다.
4. 주주제안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일의 6주 전 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기주주총회의 경우 그 기준이 되는 주주총회일은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당해 연도의 총회일이 아니라, 직전 연도의 정기주주총회일에 해당하는 그 해의 해당일 입니다. 직전 연도의 정기주주총회가 3월 27일에 개최되었다면 당해 연도 3월 27일로부터 역산하여 6주 전까지 제안하면 되는 것입니다. 기간의 계산에 있어서는 제안일과 총회일을 산입하지 아니하고 그 사이가 6주에 이르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임시주주총회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임시주주총회의 소집통지는 총회일의 2주 전에 발송되므로, 주주가 소집통지를 받은 후에 제안하는 경우에는 6주 전이라는 요건을 갖출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그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안된 사항을 목적사항으로 채택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그 경우 다음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임시주주총회의 안건을 다투고자 하는 주주라면 주주제안권과 병행하여 상법 제366조의 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를 검토하여야 합니다.
5.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안해야 하나요
주주제안은 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하며, 제안을 받은 이사는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합니다. 실무상으로는 대표이사를 수신인으로 하여 본점에 발송합니다. 방식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에 한하므로 구두에 의한 제안은 인정되지 아니합니다. 6주 전이라는 기한의 준수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므로, 내용증명우편과 같이 도달의 시점을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 발송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6. 회사는 제안을 반드시 주주총회에 상정해야 하나요
주주제안을 받은 이사는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하고, 이사회는 법정의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이를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하여야 합니다. 상정 여부는 이사회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에 속합니다. 나아가 제안한 주주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주주총회에서 당해 의안을 설명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의안제안이 함께 이루어진 경우에는 주주가 제출한 의안의 요령을 소집통지에 기재하여야 합니다. 이때 제안의 내용을 회사가 임의로 변형하여 상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합니다. 주주가 이사 2명의 추가 선임을 제안하였음에도 회사가 이를 그 선임의 당부를 묻는 안건으로 바꾸어 상정한 사안에서, 법원이 회사가 주주의 제안한 의제를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회사 측 안과 주주의 제안을 각각 별개의 의안으로 상정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7. 회사가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무엇인가요
회사가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법률이 정한 법령 또는 정관 위반과 시행령이 열거한 다섯 가지에 한합니다.
상법 시행령 제12조(주주제안의 거부)법 제363조의2제3항 전단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주주제안의 내용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무에서는 이와 함께 주주총회의 권한사항이 아닌 사항을 제안한 경우를 거부사유로 열거하는 예가 있으나, 이는 시행령 제12조에 열거된 항목이 아닙니다. 주주총회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항을 총회의 안건으로 삼는 것은 상법 제363조의2 제3항 본문이 정한 법령 위반에 포섭되어 거부할 수 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므로, 법정의 열거사유와는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임기 중에 있는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상장회사에 한합니다. 비상장회사에서는 임기 중의 이사나 감사의 해임을 구하는 제안을 이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 없습니다.
8. 거부사유는 법원에서 어떻게 해석되나요
법원은 주주제안의 거부사유를 주주제안권의 명백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적 규정으로 파악하여, 남용의 위험이 명백하지 아니한 한 소수주주권의 폭넓은 실현을 위하여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추상적인 일반규정에 대하여는 이사회의 재량판단의 남용을 막기 위하여 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청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사 또는 감사의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이 그 자체로서 주주총회의 의결대상이 되기에 실익이 없다거나 부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7. 2. 28.자 2007카합215 결정).
9. 제안이 무시되면 총회 결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제안을 상정하지 아니한 경우 그 효과는 무시된 것이 의제제안인지 의안제안인지에 따라 달리 보는 것이 통설입니다. 의제제안이 무시된 경우 (예를 들면 사내이사 2인 선임의 건을 제안했으나 이를 의제에서 제외한 경우)에는 애초에 그 의제가 총회에서 다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그치므로 다른 안건에 관한 결의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며, 주주는 이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의안제안 (예를 들면 사내이사 000,000 2인 선임의 건을 제안했으나 이를 안건으로 채택하지 아니하고, 회사가 제안한 사내이사 2인만 의안으로 채택한 경우) 이 무시된 경우 에는 소집절차 또는 결의방법에 하자가 있는 것이 되어 결의취소의 사유에 해당합니다.
상법 제376조 제1항(결의취소의 소)①총회의 소집절차 또는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때 또는 그 결의의 내용이 정관에 위반한 때에는 주주ㆍ이사 또는 감사는 결의의 날로부터 2월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결의취소의 소는 결의일부터 2개월 내에 제기하여야 하는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으므로, 총회 이후에 다투고자 하는 경우에는 신속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한편 주주제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하지 아니한 이사에 대하여는 상법 제635조 제1항 제21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0. 회사가 거부하면 주주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나요
회사가 주주제안을 거부하여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아니하려는 경우, 주주는 두 가지 경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소수주주로서 상법 제366조에 따라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스스로 총회를 소집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거부당한 의안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시키는 형태의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 입니다.
법원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과 주주제안권이 그 행사요건과 내용을 달리하는 병행하는 별개의 권리로서 소수주주가 이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주주제안을 거부당한 주주가 소집청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의안상정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적법한 구제절차를 잠탈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때 본안소송의 피고적격자는 상정에 반대한 개별 이사가 아니라 회사입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7. 2. 28.자 2007카합215 결정).
상법 제366조 제2항(소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② 제1항의 청구가 있은 후 지체 없이 총회소집의 절차를 밟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한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다만 의안상정가처분은 총회일 이전에 결론이 내려져야 실익이 있습니다. 6주 전의 제안, 회사의 거부 통지, 소집통지의 발송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고려하여, 거부의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신청의 준비에 착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11. 이사 및 검사인의 선임을 구한 사례 — 해임보다 선임이 유리한 이유
의약품을 도소매하는 비상장회사로서 주주가 3인인 사안입니다. 사내이사 1인이 40퍼센트를, 상담을 요청한 두 사람이 각 3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퇴사할 무렵 15퍼센트를 상회하던 영업이익률이 5퍼센트대로 하락하였는데, 동종업계의 사정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담의 계기였습니다.
여기에서 먼저 검토할 것은 이사의 해임과 이사의 선임 사이의 결의요건의 차이입니다. 이사의 해임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요하므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여야 하나, 이사의 선임은 보통결의로 족합니다. 60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는 해임안을 상정하기보다 이사 2인의 추가 선임을 제안하고,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새로이 선임함으로써 경영권을 회복 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상법 제385조 제1항(해임)①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아울러 회계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는 검사인의 선임을 함께 제안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67조 제1항(검사인의 선임)① 총회는 이사가 제출한 서류와 감사의 보고서를 조사하게 하기 위하여 검사인(檢査人)을 선임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 제안할 안건은 이사 2인의 선임에 관한 건과 검사인의 선임에 관한 건 두 가지가 됩니다. 전자는 경영권을, 후자는 회계의 검증을 겨냥한 것입니다. 여기에 상법 제466조의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권의 행사나 그에 관한 가처분을 병행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제안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사실을 소명하여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의 소집허가를 신청하면 되므로, 회사가 거부로써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아니합니다.
12. 감사의 선임을 구한 사례 — 3퍼센트 룰과 방어·재방어
연매출 1천억원 규모의 상장 의류제조회사에 관한 사안으로, 소액주주 7인이 2년에 걸쳐 매집하여 약 1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었고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약 55퍼센트에 이르렀습니다. 상장된 제조법인의 이익이 대표이사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 판매법인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의심이 있었으나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들의 목표는 경영권의 확보가 아니라 감사를 통하여 회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데 있었습니다.
감사의 선임에 있어서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됩니다. 비상장회사에서는 주주별로 3퍼센트를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이 제한되고, 상장회사에서는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하는 주식을 합산하여 3퍼센트를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 의결권이 제한됩니다. 55퍼센트를 보유한 최대주주 측이 감사의 선임에 관하여는 3퍼센트만을 행사하게 되므로, 10퍼센트를 결집한 소액주주 측으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국면이 형성됩니다.
상법 제409조 제2항(선임)②의결권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정관에서 더 낮은 주식 보유비율을 정할 수 있으며, 정관에서 더 낮은 주식 보유비율을 정한 경우에는 그 비율로 한다)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제1항의 감사의 선임에 있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2020년 개정의 의미입니다. 종래에는 3퍼센트 룰로 인하여 의결권이 대폭 축소된 결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라는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여 감사의 선임이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였으나, 개정으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 회사에 대하여는 그 요건이 배제되었습니다(상법 제409조 제3항, 제542조의12 제8항). 이는 소수주주 측에 유리한 변화입니다.
상장회사의 주주제안은 6개월의 계속 보유를 요건으로 하나, 주주명부만으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보유하였는지가 드러나지 아니합니다. 회사는 이 점을 들어 보유기간의 입증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이 사안의 소액주주들은 명의개서대리인으로부터 주주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받고, 증권회사에 보유현황과 보유기간에 관한 증명의 발급을 요청하여 이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상법 제542조의6 제10항이 신설된 이후로는 상장회사의 주주도 보유기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일반요건을 원용할 수 있으므로, 100분의 3의 지분을 결집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공방 자체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사안을 자문한다면 어느 요건에 의할 것인지를 먼저 설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당시 실제로 문제된 방어책은 정관의 변경이었습니다. 주주가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제안을 하자 회사가 정관을 변경하여 감사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를 도입함으로써, 감사의 선임이라는 안건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오로지 주주제안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관변경이라면 정관변경금지가처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는 애초에 감사의 선임을 구하는 제안과 함께, 감사위원회로 전환될 경우에 대비하여 이사이면서 감사위원이 될 자의 선임을 구하는 제안을 예비적으로 병합하여 제출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어책의 효력은 오늘날 상당히 제한되었습니다. 2020년 개정으로 감사위원이 될 이사 가운데 1인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출하도록 의무화되었고(상법 제542조의12 제2항),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의 선임에 대하여도 3퍼센트 룰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개정 이후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상장회사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13. 상호주를 활용한 방어 사례 — 지분관계에서 해답이 나오는 경우
반도체 설계를 업으로 하는 비상장회사의 사안입니다. 이 회사는 2년 전 동종업계의 상대회사에 지분 51퍼센트를 매각하면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하면 이를 되사기로 하는 약정을 붙였고,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회사에 대한 대여금을 변제한 자금으로 회사가 상대회사의 주식 20퍼센트를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상대회사가 약정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되사기 권리를 행사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정기주주총회를 6주 앞두고 이사 4인의 추가 선임을 구하는 주주제안을 하여 온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습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요건을 갖춘 주주제안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사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주는 임시주주총회의 소집허가를 신청하거나 의안상정가처분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안의 해답은 조문이 아니라 지분관계의 연혁에 있었습니다. 회사가 상대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상대회사가 보유한 이 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게 됩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의결권)③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따라서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이사 4인의 선임에 관한 건을 상정하되, 상대회사가 보유한 30퍼센트를 의결권 없는 주식으로 처리하고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보유한 과반의 지분으로 표결에 임하면 됩니다. 총회 이전에 상대방이 그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아니합니다. 정관에 따라 결산일부터 정기주주총회일까지 주주명부가 폐쇄되므로, 그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는 여전히 상대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주주명부와 주주제안서만을 놓고 검토하여서는 보이지 아니하던 길이 회사의 지분 이동의 역사를 살피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14.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과 관련한 사례
운전기사들이 약 60퍼센트를 보유한 택시회사의 사안입니다. 회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제3자 배정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하자 주주 측이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하면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받아 두었는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가처분의 채무자들이 그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양수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가처분의 대상이 된 주식을 양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의결권의 제한이 소멸한다면 가처분 제도는 손쉽게 무력화될 것입니다. 이 사안에서는 총회에 출석한 양측의 공증인에게 그러한 취지를 전달함으로써, 가처분된 주식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문제가 정리되었습니다.다회 현장에서 의결권 수의 계산을 둘러싼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공증인의 출석을 확보하여 그 경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이후의 소송에서 유용합니다.
15. 결론 — 공격과 방어의 실무 기준
주주제안권은 주주총회의 안건 형성이라는, 종래 경영진의 전유물이었던 영역에 소수주주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 요건은 지분과 기한과 방식이라는 세 가지로 단순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어느 요건을 원용할 것인지, 어떠한 안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회사의 어떠한 방어를 예상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공격하는 측에서는 해임보다 선임을, 의제제안보다 의제와 의안의 병합을, 그리고 하나의 안건보다 예비적 병합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방어하는 측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가 과태료와 손해배상, 나아가 결의취소의 위험을 부르는 반면, 지분관계의 구조 자체에서 해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음을 유념하여야 합니다.
2020년의 개정은 이러한 공수의 균형에 적지 아니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상장회사 주주에 대한 일반규정의 선택적 적용,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 시의 정족수 완화, 감사위원의 분리선출 의무화는 모두 소수주주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결국 주주제안 사건을 수임하였을 때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은 조문의 확인이 아니라 그 회사의 지분관계의 연혁을 정리하는 일이라는 점을, 앞서 본 사례들은 공통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